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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동원 (藥食同源)

녹차 홍차 같은 나무에서 나온다고? 발효도 차이·대엽종 소엽종·만드는 법 총정리

by 약선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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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홍차 같은 나무에서 나온다고? 발효도 차이·대엽종 소엽종·만드는 법 총정리

 

영국을 움직인 한 잔의 차

영국인들은 하루에 약 1억 6천만 잔의 차를 마십니다. 오후 4-6시 '애프터눈 티' 문화는 영국을 상징하는 전통입니다. 케이크나 스콘을 곁들인 홍차 한 잔이 영국인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영국에 차문화가 자리잡은 건 3세기도 안 됩니다. 1662년 찰스 2세가 포르투갈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와 결혼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캐서린이 시집갈 때 가져간 '동양의 신비스런 약' 차가 궁정에 유행을 일으켰습니다.

18세기 초 왕실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홍차 소비가 급증했고, 18세기 중반에는 거의 모든 가정의 아침식탁에 차가 올라왔습니다. 19세기에는 '애프터눈 티' 문화가 정착됐습니다.

차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

영국의 차 사랑은 역사적 비극을 낳았습니다. 바로 아편전쟁입니다.

당시 중국은 모든 물건이 풍족했지만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차는 중국이 아니면 구할 곳이 없었습니다. 차에 지불하는 은(銀)이 국가 재정을 흔들 정도였습니다.

영국은 대책으로 식민지 인도에서 아편을 가져다 중국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아편 중독이 심각해지자 청나라가 금지시켰지만 밀수입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중국의 은이 영국으로 유출되기 시작했습니다.

1839년 중국이 영국 상인들의 아편을 몰수해 소각했고, 영국이 선전포고하면서 1840년 아편전쟁이 발발했습니다. 1842년 영국이 승리하면서 차무역이 자유화됐고, 인도와 실론(스리랑카)에서 차 재배에 성공하면서 영국의 차 소비는 더욱 확산됐습니다.

녹차와 홍차는 같은 나무다

충격적인 사실 하나. 녹차와 홍차는 같은 나무에서 나옵니다. 차나무의 학명은 Camellia sinensis, 중국 서남부에서 기원한 동백나무라는 뜻입니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로 10월에 하얀 꽃을 피웁니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어 있다고 해서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부릅니다.

같은 나무인데 왜 녹차와 홍차가 다를까요? 바로 가공 방법의 차이입니다.

녹차: 녹탕녹엽(차 색깔과 잎이 모두 녹색) - 발효 안 시킴
홍차: 홍탕홍엽(차 색깔과 잎이 모두 홍색) - 완전 발효

홍차

대엽종과 소엽종, 맛이 다르다

차나무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대엽종(大葉種):

  • 더운 지역(운남, 인도, 스리랑카)
  • 교목형(키가 큰 나무)
  • 잎이 큼
  • 폴리페놀 많음(쓴맛)
  • 홍차에 적합

소엽종(小葉種):

  • 추운 지역(한국, 중국 중동부, 일본)
  • 관목형(키가 작은 나무)
  • 잎이 작음
  • 아미노산 많음(감칠맛)
  • 녹차에 적합

신기한 점은 폴리페놀과 아미노산이 시소 관계라는 것입니다. 하나가 많아지면 다른 하나가 줄어듭니다.

홍차는 왜 대엽종?
폴리페놀이 산화하면서 생성되는 물질이 홍차의 붉은 색과 골든링(수면 가장자리의 금색 띠)을 만듭니다. 폴리페놀이 많을수록 아름다운 홍차가 됩니다.

녹차는 왜 소엽종?
녹차는 산화를 안 시키기 때문에 폴리페놀이 많으면 쓴맛만 강해집니다. 아미노산이 많은 소엽종이 맑고 싱그러운 녹차를 만듭니다.

그래서 인도, 스리랑카에서는 주로 홍차(다르질링, 실론티)가 생산되고, 한국과 중국에서는 녹차가 많이 생산됩니다.

녹차 만드는 법

  1. 채적: 어린 잎을 딴다
  2. 살청: 솥에 볶거나 증기로 쪄서 산화를 막는다
  3. 유념: 찻잎을 주무르고 비벼 모양을 만든다
  4. 건조: 완성

채적 시기에 따라:

  • 명전차: 청명(4월 5일경) 전
  • 우전차: 곡우(4월 20일경) 전

유념 방식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 작설(雀舌): 참새 혀 모양
  • 주차(珠茶): 구슬 모양
  • 송침: 솔잎처럼 뾰족
  • 소라형: 구불구불

한국 녹차는 채적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분류합니다.

홍차 만드는 법

  1. 채적: 찻잎을 딴다
  2. 위조: 찻잎을 널어 말린다
  3. 유념: 물리적 힘으로 세포를 파괴한다
  4. 발효: 완전히 산화시킨다
  5. 건조: 완성

홍차의 품질은 발효에 달렸습니다. 발효되면서 테아플라빈과 테아루비긴이 생성되는데, 이 비율이 맛과 색을 결정합니다.

발효 부족: 오렌지색, 떫고 자극적
발효 과도: 어두운 갈색, 밍밍한 맛
발효 적절: 선홍빛, 기분 좋은 상쾌함, 아름다운 골든링

품종개량의 진화

현대에는 고부가가치를 위해 품종개량이 활발합니다.

서호용정차:
청나라 건륭제가 사랑한 중국 대표 녹차입니다. 어차수(御茶樹) 18그루를 지정했는데, 현재 이 나무에서 만든 차의 경매가가 약 2억 5천만원에 달합니다. 3월 말 첫 출하 시 500g당 약 3,500위안(약 70만원)이지만, 일주일 후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용정 43호' 품종은 발아시기를 5일 앞당겨 고부가가치를 높였습니다.

안길백차:
보통 찻잎의 아미노산 함량은 4%인데, 안길백차는 6% 이상입니다. 최근 품종개량으로 10% 이상까지 끌어올려 더욱 맑고 싱그러운 차를 만듭니다.

세계 차 시장의 변화

현재 홍차는 세계 차 무역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음용됩니다. 하지만 녹차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홍차:녹차 비율이 9:1이었는데, 현재는 3:1까지 좁혀졌습니다. 녹차의 건강 효능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차 생산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이 녹차입니다.


같은 나무에서 이렇게 다른 차가 나온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녹차와 홍차의 차이는 나무가 아니라 가공법입니다. 발효를 시키지 않으면 녹차, 완전히 발효시키면 홍차가 됩니다. 더운 지역의 대엽종은 홍차에 적합하고, 추운 지역의 소엽종은 녹차에 적합합니다.

영국인들이 사랑한 홍차 한 잔이 아편전쟁까지 일으켰고, 그 여파로 인도와 스리랑카가 세계적 홍차 산지가 됐습니다. 차 한 잔에 이런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싱그러운 녹차를 마실까요, 아니면 우아한 홍차를 마실까요?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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